I, Daniel Blake(2016)

Posted 2016. 12. 20. 00:28


"나는 민원인도, 고객도, 서비스 이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벵이도, 날치기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국가의 사회보장번호도, 화면의 깜빡임도 아닙니다.
내야할 세금을 한 푼도 빠짐없이 냈으며, 
그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I don’t tug the forelock, but look my neighbour in the eye.
나는 자선을 받거나 찾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당신이 나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명의 시민,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I am not a client, a customer, nor a service user.
I am not a shirker, a scrounger, a beggar, nor a thief.
I am not a national insurance number, nor a blip on a screen.
I paid my dues, never a penny short and proud to do so.
I don’t tug the forelock, but look my neighbour in the eye.
I don’t accept or seek charity.
My name is Daniel Blake, I am a man, not a dog.
As such, I demand my rights.
I demand you treat me with respect.

I, Daniel Blake, am a citizen, 
nothing more, nothing less. Thank you."



161130-1201_철원 철새도래지

Posted 2016. 12. 6. 01:45











쉬운 비난과 배신감에 대하여

Posted 2016. 10. 20. 08:23

오래전, 내가 학부생일 때 모든 문제의 원인을 대통령 탓으로 쉽게 말하던 선배들을 보며 묘한 반감이 들었다. 과연 그 한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돌리는 게 맞을까? 만일 그 얘기를 하는 선배가 대통령이 된다면, 더 나은 결정을 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결국은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게 아닐까? 이런 얘기를 하면서 밤새 싸우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지금... 그 사이 많은 생각이 바뀌기도 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여전하기도 하다. 


그 사이 최악의 지도자의 한계처럼 보이던 기록들을 갱신하는 대통령들을 만나오면서, 어쩌면 강력한 의지나 욕망-그 것이 재물욕이든, 비뚤어진 권력욕이든-을 가진 힘있는 사람 한 명이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크고, 내가 기대했던 '시스템'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시스템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증거인 만큼  더더욱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어떤 시스템-그 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의 강화, 과거의 일사분란하고 전체주의적인 '조직'과는 다른 어떠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심지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통령 한 명을 욕하는 것이 정의인 것 마냥 공감되는 것이 싫다. 누군가가 절대 악이므로 그 악을 단죄하기 위해 나머지의 단결을 강요하고, 룰 같은 것은 잠깐(?) 어겨도 된다는, 그런 것이 정치라는 생각도 싫다.


또한,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모든 것이 사람으로 귀결되면 안된다. 치밀한 계획과 이를 실행할 부지런함이 동반되지 않는 '선의'만큼 무책임한 것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장 먼저, 가장 철저하게 분리해야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가장 의지하고 싶은,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일거다.

나는 애초에 타인에게 배신당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었던 나 자신에게 배신당한 것이다.

나사 빠진 나날들

Posted 2016. 10. 11. 19:36
요즘의 바보짓

1. 지난주 남한강 가서 묵은 숙소에 핸드폰 충전기를 놓고 옴. 그 걸 일주일도 넘게 지나서 이제서야 앎. 착한 직원분이 택배로 부쳐주시기로...

2. 그제. 차에 실내등을 켜놓고 집에 올라옴. 고마우신 분이 전화로 알려주셨는데, 엘리베이터 수리중이라 11층을 걸어서 내려갔다 올라옴.

3. 어제 저녁. 회의 후 귀가하러 차로 갔는데, 리모컨이 안 먹어, 열쇠로 열었으나 시동도 안걸림. 긴급서비스 불러서 봤더니 깜빡이를 켜놓고 가서 배터리가 나갔던 것. 서울역까지 모셔다 드리려던 모 위원장님을 택시타고 가시게 만듦. ㅠㅠ

4. 얼마 전에는 손에 든 게 많아서 차 지붕에 핸드폰을 놓고, 차 문을 열고선.... 핸드폰을 지붕위에 올려놓은 상태로 주행...하다 급히 차를 세우고, 핸드폰을 찾음


내 정신 어디로 갔니?

세물머리라고도 불리우고, 삼합리라고도 불리우는 곳이 있다. 

이 곳은 한강본류(남한강)가 흘러오다 원주에서 내려오는 섬강과 만나고, 

또 곧 청미천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북도가 만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몇년 전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강,원래(River, the Origi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촬영을 시작할 때, 

가장 처음 갔던 현장이기도 하다.

공사중이던 흥원창, 

파헤쳐지던 단양 쑥부쟁이(멸종 위기 야생식물 2급) 자생지 도리섬, 

불온한 마을 '부론면'까지...
한창 공사중이던 이 곳들을 헤메던 게 2011년 여름이었다. 

이 후 조사에서도 이 지역들은 가 보지 못했는데 

우연히 이 인근에 갔다가 하루종일 헤메이다 왔다.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미국쑥부쟁이 위의 ??나비(아마도 팔랑나비과)






백일홍 위의 호랑나비(호랑나비과)







여뀌


고마리


도꼬마리









단양쑥부쟁이 군락


단양쑥부쟁이 위 네발나비(네발나비과)






(아마도) 중대백로 






단양쑥부쟁이 위 노랑나비(흰나비과)



흥원창 Panorama shot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난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크게 소리 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작사
윤종신
작곡
윤종신 ,이근호
편곡
조정치


오늘부터 우리가 물값을 받기로 되어 있소.”

웬 물값을 내라는 거요?”

남의 물을 길어가면 돈을 내야지 몰라서 묻는 거요?”

한양 상인의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물장수도 목에 핏줄을 세우고 말했지요.

남의 물이라니?”

허어, 이 바보야! 대동강 물의 주인이 바뀌었단 말이야!”

이 대동강 물에 주인이 어디 있어? 바보는 너희들이야.”

이놈아, 이걸 봐! 우리가 이 대동강을 5천냥에 샀단 말야. 이게 매매 계약서다. 눈이 있으면 가까이 와서 똑똑히 읽어봐!”

한양상인이 매매 계약서를 펼쳐 보이자, 물장수는 껄껄 웃었어요.

살다가 별꼴 다 보겠네!”

뭐라고?”

이제 양쪽에 시비가 붙었어요.

이 자식들, 어디서 굴러들어왔어? 대동강은 나라 것인데 누구 맘대로 사고 파는 거야? 강물에 임자가 어디 있어?”

이 때, 또다른 물장수가 나타났어요.

왜 그래?”

어디서 굴러들어 온 녀석들이 대동강 물을 샀다고 돈을 내라지 않겠어?”

, 이놈들이 평양 박치기 맛을 못봐서 환장했구나?”

두 물장수들은 지게를 벗어 놓고 한양 상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어요.

우리 말을 먼저 들어 보시오. 어제 우리가…….”

한양 상인들은 대동강을 사게 된 이야기를 자세하게 늘어 놓았어요. 두 물장수는 배를 잡고 웃었지요.

아니 그럼, 이 대동강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나라 것이란 말이오?”

그걸 말이라고 하오?”

크으!”

한양 상인들은 그제야 봉이 김선달에게 속은 것을 깨달았으나 때는 이미 늦어 어찌 할 도리가 없었어요. 그들은 얼른 차일을 거두었어요. 더 이상 거기에 있다가는 물장수들에게 놀림감만 되기 때문이었지요.

봉이 김선달이 약아빠진 한양 상인들에게 대동강을 팔았대!”

하아, 그거 잘 되었군!”

평양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김선달 이야기를 하며 웃었답니다.


출처: 한국고전 봉이 김선달 상권 대동강물을 팔아먹다, 해성E&P


물이 왜이래 강좌를 준비하다가...



공간, 환경

Posted 2016. 6. 21. 01:48

과정은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고유한 공간적 틀을 정의한다.

Processes do not occur in space but define their own spatial frame. 


(The concept of space is embedded in or internal to process. This very formulation implies that, as in the case of relative space, it is impossible to disentangle space from time. We must therefore focus on the relationality of space-time rather than of space in isolation. The relational notion of space-time implies the idea of internal relations; external influences get internalized in specific processes or things through time (much as my mind absorbs all manner of external information and stimuli to yield strange patterns of thought including dreams and fantasies as well as attempts at rational calculation). An event or a thing at a point in space cannot be understood by appeal to what exists only at that point. It depends upon everything else going on around it (although in practice usually within only a certain range of influence). A wide variety of disparate influences swirling over space in the past, present and future concentrate and congeal at a certain point to define the nature of that point. Identity, in this argument, means something quite different from the sense we have of it from absolute space. Thus do we arrive at an extended version of Leibniz’s concept of the monad.)


-공간이라는 키워드, David Harvey, 




&



환경이 종을 선택했다.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에 (특정 종이) 대발생하는 것

-4대강 재자연화 포럼, 박정호 박사님 발제 중

증거

Posted 2016. 6. 19. 12:55

화를 내고 울고 불고...

그런 격한 감정이 한편으로는 사랑의 증거라는 걸

부정할 수 있을까?


그 감정이 끝나 차가울대로 차가워져

대비되어야 

마침내 또렷이 보이는

사람의 마음이란

또 오해영 10화

Posted 2016. 6. 1. 00:39

나는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쉬운 여자야. 

여자가 맘먹고 쉬워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

삽질과 코딩의 밤

Posted 2016. 5. 23. 03:52

삽질하고 코딩하는 밤


그녀가 옆에 있어 다행이다







Back up

Posted 2016. 5. 19. 16:46
조금 전 몇년만에 가장 심각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작업을 하면서 내 작업들과 온갖 역사의 집합체인
자료 하드디스크를 벡업하고 있었는데,
순간 정전이 되었다가 돌아왔다.

급하게 다시 켜서 오늘 옮겨놓은 부분의 폴더를 클릭하니
"시스템이 참조할수 없는 위치의 어쩌구 저쩌구..." 경고창이 떴다.

다시 백업 대상 하드를 제거하고
원본 하드만 꽂은 상태에서 전원을 껐다 켜서 확인하니 다행히 잘 들어가 진다.

안도를 하고 나서야 든 생각은 
반년만에 하드를 벡업하는 상황에 순간 정전이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조심 또 조심하며 살아야겠다.

또, 하나 든 생각...
자료 아카이빙에 목숨 거는 나란 녀자...
얼마 전에 자료들을 정리해서 엄청나게 버렸는데도,
이 집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잡다한 것들을 버리고 
그 가운데 소중한 것들을 남기는 방식으로
양을 줄여가고 질을 높이려고 하고 있지만,
애초에 이 집착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닐까.



I'm not fine

Posted 2016. 4. 11. 01:09

혼자 우는 일이 많아졌다. 

I'm not fine. 

우상화

Posted 2016. 3. 25. 00:44

나는 누군가를 '우상화'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를 우상화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우상이 흠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 대상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와 상관이 없다. 


누군가를 우상화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우상을 자신 멋대로 재구성하거나,

아전인수하여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경우가 많다.


육룡이 나르샤 마지막화에 한글창제를 비판하는 사대부들이 비판의 근거로 정도전을 끌어오자

할머니가 된 분이가 정도전은 누구보다 쉬운 글 창제를 좋아했을 것이라고 대꾸한다.

그랬더니 그 사대부들은 감히 사대부들이 얘기하는 데 천한 것이 끼어든다며 역정을 낸다.


훌륭한 사람들을 우상화 할 시간에

자신보다 어렵고 낮은 사람들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우상들'은 분명 스스로 그러한 사람들이었을테니.

또한 길게 봤을 때 진정 필요한 것도 우상화가 아니라 

옳은 일에 대한 지지와 옳지 않은 일에 대한 비판일테니.

우리 모두가 각자 그렇게 만날 때,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 생각과 많이 비슷한 가사...가 "Greatest Love of all"에 담겨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나는 정치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밤이다. 


"Greatest Love Of All"


I believe the children are our future

Teach them well and let them lead the way

Show them all the beauty they possess inside

Give them a sense of pride to make it easier

Let the children's laughter remind us how we used to be


Everybody's searching for a hero

People need someone to look up to

I never found anyone who fulfilled my needs

A lonely place to be

And so I learned to depend on me


I decided long ago, never to walk in anyone's shadows

If I fail, if I succeed

At least I'll live as I believe

No matter what they take from me

They can't take away my dignity

Because the greatest love of all

Is happening to me

I found the greatest love of all

Inside of me

The greatest love of all

Is easy to achieve

Learning to love yourself

It is the greatest love of all


I believe the children are our future

Teach them well and let them lead the way

Show them all the beauty they possess inside

Give them a sense of pride to make it easier

Let the children's laughter remind us how we used to be


And if, by chance, that special place

That you've been dreaming of

Leads you to a lonely place

Find your strength in love


인간의 인격은 사랑받을 때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랑할 때 태도는 늘 고귀합니다. 

그런데, 사랑을 받을 때는 어떤가요. 

특히 내가 사랑하지 않는데 상대방이 나를 사랑할 때 태도가 중요합니다. 

‘네가 감히 나를 사랑해’ 이런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나는 당신을 존중한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한 다음에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랑받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되게 많죠. 

그 사랑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잃었을 때 고통이 오는 거죠. 

당연하다고 생각 안 하면 고통이 크지 않아요. 

저는 사랑받는 사람 모두가 그 사랑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감사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꿈꿉니다. 

대개는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하고 심지어, 아니, 사실 이용하지요. 

성공하고 힘이 있고 사랑받을 때, 소위 잘 나갈 때 

그 사람의 태도가 인격의 ‘바로미터’입니다. 

사랑받는 것을 당연시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사랑받을 때 도취되지 않고, 

사랑받지 못했을 때도 자존감을 잃지 않는 인간이 가장 성숙한 사람 아닐까요?

제가 사랑은 권력 관계라고 강조했지만, 

이건 새삼스러운 상투적인 말이죠. 

다들 사랑받으면 권력을 부리잖아요?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504291910121&code=210100&med_id=khan

2015년 마지막날의 결심

Posted 2015. 12. 31. 16:52



2004년 오늘, 꼭 11년 전...
난 아직 갯벌이 살아있던 새만금, 계화도, 살금 마을로 향했다.

(http://lunart.tistory.com/57)

석사 논문을 마무리하고 지쳐있는 상태에서
그 곳으로 향한 이유는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새해를 맞기 위해서였다.
2005년 1월 1일 갯벌배움터 그레의 벽화를 그렸다.
'그레'라는 글자를 나무토막 모양으로 그리며 뿌듯해 했다.


즐겁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다.
싸움은 기울어 있었고, 
사람들은 운동의 실패 원인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을 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싸우고 있던 다른 사람들을 탓하기도 했다.

이 날 나름 결심을 했었다. 
공부를 하고 실력을 쌓아서
이런 일이, 
평생 그 곳에서 갯벌과 조화롭게 살아오던 사람들의
터전이 망가지는 일이,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고 공동체가 파괴되는 일이,
수많은 생명들이 꽥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없게 만들겠다는 야심찬 결심이었다.


1년 반 즈음 후, 사진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시던
기화언니는 방조제가 완공된 새만금에서 물질을 하다 돌아가셨다.
항상 저런 얼굴로 먹고 자는 걸 살뜰히 챙겨주시던 안주인이었다.
난 스스로 내가 그 죽음에 대해 슬퍼할 자격이 있나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했다.
열사들의 죽음에 대한 운동판 사람들의 태도를 보며 느꼈던
일종의 모욕감같은 것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이 사진을 공개된 장소에서 꺼내고 얘기하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사실 난 2005년 1월 1일 이후에 새만금에 가본적이 없다.
갯벌에 박혀있던 장승들이 
처음부터 뭍에 박혀있었던 것 처럼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고,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새만금에서 새해를 맞으며 다짐을하고, 5년 더 공부를 했다.
하천관련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하는 내 앞에 펼쳐진 건
4대강 사업이었다.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나는 무력했고, 
애초에 왜 공부를 하자고 생각했는지 
오랫동안 잊고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서 또 6년이 지났다.
열심히 살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안좋아 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어떤 결심을 했다.
적어도 더 이상, 빙빙 돌아가거나 도망치지 말자는 생각에 
하게 된 결심이었다.

내년 초에 꼭 새만금에 가야겠다.


상처떠나보내기 -이승욱

Posted 2015. 12. 26. 00:50

"보통 우리는 '화'를 상대를 다치게 하는 용도로 사용하죠. 

화는 불이니까 누군가를 향해 발사하면 그가 화상을 입잖아요. 

그렇지 않고 화를 담고 있으면 내 속이 화상을 입겠죠. 

하지만 불을 잘 쓰면 좋은 도구가 되는 것처럼 

화, 분노라는 감정도 잘 처리하면 

아주 좋은 에너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감정이 그렇습니다만, 

누구도 다치지 않게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화가 났다면 먼저 '화가 났다'고 말을 하십시오. 

정말 화를 내지 마시고요. 

그것이 화를 다루는 첫걸음입니다."

-p. 141


"외로움으로 인한 괴로움보다,

의존함으로써 경험할 비루함의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게되었다.

-p. 56


"인간은 이해되어야 할 존재이지 

설명되어야 할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p. 49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많은 것들 중 

잃어버린 그 하나와 자신을 동일시할 떄가 너무나 많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죽는 사람, 

투자한 돈을 날렸다고 죽는 사람, 

세무조사가 들어온다고 죽는 사람,

일자리를 잃었따고 죽는 사람.

이들은 모두 잃어버린 그것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했기에 

삶의 의미도 함께 상실한 것이다."

-p. 60



송곳 1화

Posted 2015. 11. 11. 02:57






용기만 있고 공포를 모르는 군인은

엉뚱한 전투에서 가치없이 죽는다.

송곳 6회를 보다가

Posted 2015. 11. 9. 13:58

...생각 난 예전 일...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본인이 돈을 굴려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었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어느즈음부터 마트에서 일을 하셨다. 

처음에는 동네 마트에서 일을 하셨고, 정*원, 풀*원 등 상품의 판매 업무를 하셨다.

남은 묵을 매일 먹는 게 지겹기도 했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일을 계속 하신 건 아니었고, 중간에 쉬기도 하셨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을 다닐 때 동네에 *마트가 생겼고 거기가 본점이 되었다.

엄마는 거기서 수족관 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해서,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까지도 일을 하셨다.

어느날 대학 선배 결혼식에 갔다가 여러 다른 선배들을 만나 근황을 전하다

선배 한 명이 바로 그 마트 관리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아무 생각이 없던 나는, 어 우리 엄마도 거기서 일하시는데...라고 얘길 했다.

그리고 어느날 집에 갔다가-그 때 자취를 하고 있었으니까-

엄마에게도 학교 선배가 거기 있다는 얘길 했던 것 같다.


그러다 그 마트에 가서 그 선배를 우연히 만났는데,

선배가 우리 엄마같은(절대 비유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쁜이들"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게 되었다. 

순간 멍해졌다. 


검사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영감님 호칭을 받고 나이 많은 피고인, 참고인들에게 반말로 얘기하는 게 

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극소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곳에서 각자의 직업에 따라, 

혹은 같은 직장 안에서도 관리직/판매직, 정규직/비정규직이 그냥 좀 다른 차이가 아니라 

차별도 넘어서 인간적으로도 다른 계급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한참 후에야 생각했던 것 같다. 


구고신 소장이 교육을 하다가...  "애들에게 일하는 모습 보여줄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하는데,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들'에게 '사람'이 아니라 '숫자'라고. 


그렇지, 누군가에게 다른 누군가는 절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생각이 당연할 수 있다는 걸...

황어 치어와 연어

Posted 2015. 11. 7. 14:14

KBS 야생일기라는 다큐를 보다보니..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낳은 연어의 알이 같은 회유성 어종인 황어 치어의 먹이가 된다.

생각해보니 봄에 강을 거슬러 올라와 낳은 황어의 알은 

그 사이 부화하고 자라나 가을즈음에는 치어가 되겠구나.


안타까운 뉘앙스의 내래이션을 들으면서 나도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느끼다가

시스템을 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장면을 보여주며 

육식동물을 포악하다고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처럼.


또한, 정말 자연 시스템은 복잡하고 불확실하고 우리가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이러 저러한 전제 하에서' '이러저러한 조건을 넣어봤을때'

'이러저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어떤 일에 대해 '이 것을 하면 100% 좋아진다 '고 얘기하는 학자는 

대부분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학자적 양심을 팔아먹는 사기꾼이거나,

자신의 방향성이 신념이 되었지만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는 그런 확신을 누군가가 던져주길 바란다는 건데,

그래, 거기까지는 좋다.

다만 그 얘기를 받아들이려면 그 당사자에게 본인의 말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먹고 튀는 것이 아니라...


(알이 없는 상태에서 수컷들이 정자를 뿌리는 것을 '헛방정'이라고 한다.

'정'자를 '방'사하는데 알이 없으니 '헛'일인 것.)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Posted 2015. 11. 5. 04:17

그냥,

슬프다...

두 번째 스무살, 해피엔딩

Posted 2015. 10. 18. 21:16

거의 한 숨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두번째 스무살 마지막화를 봤다.

혼자, 그런 곳에서.

이런 이미지는 오래 가겠지.






피곤에 쩔어 거실에 누워

다시 한 번 그들의 해피엔딩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왜"

"그리웠으니까. 못 잊겠으니까. 보고싶어 죽을뻔 했단 말이야"

"다시 한 번 말해봐"

"나 안 잊었지?"

"널 어떻게 잊어"


그런 해피엔딩, 꿈에서라도 맘껏누려봤으면 좋겠다.

하긴, 그러니 판타지겠지.


"네가 내 옆에 없었으면 좋겠어."라는 대사가 가슴을 후벼팠음에도

결국 난 함께하는 해피엔딩을 더 보고싶어하는 사람인가 보다. 





임신부 우냉


어째서 고양이가 쥐를 낳은 거냐규!


풋춰 핸즈업~






뎀벼~



아이쿠 세상에나...


독차지닷!



뭘 봐~(저 눈빛은 틀림없는 앵두)








이제 우리끼리도 꽉찬다옹


하늘이다, 하늘!









봄이&앵두 투 컷










앵두랑 둘만 남...ㅠㅠ


어디 다 큰 것이 아직도...






마음의 템포

Posted 2015. 8. 16. 22:24

늘 템포가 어긋나던 어떤 관계는

상처주고, 받고, 

내내 힘들어하다가 겨우 마음을 다독이고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굳게 먹을 즈음

그제서야 다시 손 내미는 관계였던 것 같다.


꽤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는 더이상 뜨겁지 않았는데, 

상대방은 나와 달랐던 이유는

당시의 그 시간들을 회피하지 않고 충분히 견딘 게 

내쪽이었기 때문일거라 생각했다.

그마저도 타이밍이 어긋난 거겠지.


적당한 거리가 인간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힘들어할 때 마다, 그 시간을 같이 견뎌주지 않고 등을 돌리는 관계라면

그다지 지속 가능한 관계는 아닐거다.

그 불일치가 등을 바라보는 사람의 노력만으로 극복 가능한 게 아닐테니까.


어떤 사람을 잘 알게된다는 것,

좋은 점 뿐만아니라 

그 사람의 징글징글한 부분까지도 알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뭐 보듬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그 정도까지 나아가는 관계들이 무척 소중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이해받고 싶었다.

비난이 아니라.

2015년의 MBTI

Posted 2015. 6. 16. 23:25

http://www.16personalities.com/ko/%EC%84%B1%EA%B2%A9-%EC%9C%A0%ED%98%95


이번에는 ENFJ가 나옴....

예전 분류에서는 언변능숙형...쿨럭...


몇년 전에는 ENFP

미*이는 내가 ESFJ같다고 했었더랬지



그 내용은 여기에...

http://lunart.tistory.com/200


그 다음에 쓴 글도 있네...

http://lunart.tistory.com/237

Imitation Game(2014)

Posted 2015. 5. 25. 04:05

Sometimes it is the people who no one imagines anything of who do the things that no one can imagine.



Of course machines can't think as people do. A machine is different from a person. Hence, they think differently. The interesting question is, just because something, uh... thinks differently from you, does that mean it's not thinking? Well, we allow for humans to have such divergences from one another. You like strawberries, I hate ice-skating, you cry at sad films, I am allergic to pollen. What is the point of... different tastes, different... preferences, if not, to say that our brains work differently, that we think differently? And if we can say that about one another, then why can't we say the same thing for brains... built of copper and wire, steel?



His machine was never perfected, though it generated a whole field of research into what became known as "Turing Machines". Today we call them "computers".

Ex Machina(2015)

Posted 2015. 5. 20. 22:30
Caleb: Did you program her to flirt with me? 
Nathan: If I did, would that be cheating? 
Caleb: Wouldn't it? 
Nathan: Caleb, what's your type? 
Caleb: Of girl? 
Nathan: No, of salad dressing. Yeah, of girl; what's your type of girl? You know what, don't even answer that. Let's say its black chicks. Okay, that's your thing. For the sake of argument, that's your thing, okay? Why is that your thing? Because you did a detailed analysis of all racial types and you cross-referenced that analysis with a points-based system? No! You're just attracted to black chicks. A consequence of accumulated external stimuli that you probably didn't even register as they registered with you 
Caleb: Did you program her to like me, or not? 
Nathan: I programmed her to be heterosexual, just like you were programmed to be heterosexual 
Caleb: Nobody programmed me to be straight 
Nathan: You decided to be straight? Please! Of course you were programmed, by nature or nurture or both and to be honest Caleb you're starting to annoy me now because this is your insecurity talking, this is not your intellect.

스쿼시에서 배우는 게임의 법칙

Posted 2015. 5. 20. 01:03

스쿼시를 흔히 테니스와 비슷한 스포츠로 생각하거나, 

벽에다가 혼자 공치는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두 번째 선입견은 드라마같은데서 실장님 캐릭터 등이 

분노의 벽치기를 해 대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알고보면 스쿼시는 둘이 즐길 수 있는 가장 격렬한 공놀이기도 하며

테니스와도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스쿼시가 테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T-zone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마치 농구의 스크린 아웃처럼.

테니스의 경우 코트가 나눠 져 있어서

상대편 코트로 공을 잘 보내고, 

내 쪽 코트로 오는 공을 잘 받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의 법칙이라면,

스쿼시의 경우 서브를 넣을때만 영역이 구분되어 있지,

서브 이후는 코트 전체를 커버해야 한다.

그러므로, T-zone이라 불리는, 

코트를 구분하는 라인의 가운데 영역을 

점유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숙련된 플레이어는 T-zone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채,

공을 받아 앞 벽의 가장자리-옆 벽면에 거의 붙어 뒤로 나가는 공으로 공격을 해,

상대방을 코트의 사방으로 뛰어다니게 만듦으로서 체력적으로도 우위를 점한다.


대학원생활 7년동안 체육관 근처에도 못가는 삶을 살다가

졸업을 하고 1년 가까이 지났을 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체육관에 갔다.

그로부터 4년 반.

반년이상 쉰 적도 있고, 끊어놓고 반 이상 못 나간 달도 많지만,

그래도 완전히 그만두지 않고 다니다보니

내가 살아오면서 거의 유일하게 수년동안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되었다.


대학에선 조상님 소리를 듣는 나이지만,

다행히 꾸준히 다니는 수강생중에는 나와 같은 나이의 남자분이 두 분있다.

두 사람은 구력이 10년을 가뿐히 넘는 사람들이라 

나에겐 제2, 제3의 스승같은 사람들이기도 하고,

몇 달 쉬다가 와도 그 멤버들과 강사들을 보면

고향에 돌아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사실, 작년말올해초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때,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을거다.

나는 아마도 게임 후의 미친듯이 심장이 뛰는 느낌 뿐 아니라, 

그 장소와 사람들에게도 중독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게임 플레이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조금씩 느는 것을 보면서 함께 즐거워해주기도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다 얼마전에, 제3의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왜 공을 상대방이 받기 쉬운 위치로 보내냐."고.


사실 나는 게임을 이기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열심히 뛰고 있고, 상대방의 공을 받고, 

그렇게 랠리를 이어가는 게 즐겁다고 생각한다.

점수를 잃는 것은 내가 공을 못 받아서 잃는 것이 당연한데,

점수를 따는 것은 내가 공격을 잘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의도치 않은 공에서 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습관적으로 내가 받은 공을 상대방의 방향으로 보내고 있었다.

경기 전 연습으로 주고받기 하는 것 처럼.


나는 내가 늘 치열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쩌면 반대로 나는 늘 너무나 낭만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침, 이기려는 스쿼시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게 정체되어 있던 나의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길 바라며.

방향을 잃어가는 내 삶에서도 T-zone을 찾길 바라며.



지난 3월 말 섬진강에 다녀왔다.

구례에서 점심을 먹고 섬진강 본류를 따라 가장 먼저 간 곳은 내서천이 합류하는 지점.

다른 말로 피아골이라고 부르는 곳의 입구였다.


거기로 가장 먼저 달려 간 이유는 음력 2월, 황어가 바다에서 올라오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강중에 접경지역에 하구가 있는 한강을 제외하고,

하구둑이 없는 가장 큰 강이 섬진강이다.

하구둑이 없기때문에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이 매우 넓게 나타나고,

연어와 같은 회귀성 어류들이 산란을 위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섬진강의 경우 음력 2월 비가 오고 나면 이후 며칠동안 황어가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함께 동행했던 서풍 박용훈 사진작가님은 우리와 함께 내려가기 이틀 전,

비가 오고 난 직후 내려가셔서 황어를 한 번 보고 오신 상태였다.


산란을 위해 섬진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피아골로 향하고 있는 황어들

2015년 3월 19일 ⓒ서풍 박용훈


2015년 3월 19일 ⓒ서풍 박용훈


그 중 황어가 가장 많았던 내서천과 보다 하류의 화계천을 함께 다시 찾아갔다.

그런데, 우리가 내려간 일요일은 매화축제 등등으로 온 동네가 축제 분위기였고, 

우리는 황어를 하천 대신 화개장터 횟집의 수족관에서만 볼 수 있었다. ㅠㅠ


이틀 전 산란기에 어류를 포획하는 건 엄연히 불법임에도 투망을 쳐서 황어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맛이 없어 먹으려고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음에도 '자연산'이라는 표지와 함께 

수족관을 채우고 볼거리로 전락한 느낌이 들었다.ㅠㅠ





그런데 바다에서부터 수십 km를 거슬러 황어들이 산란을 하러 올라가는 이 내서천에는 

2012년 발표된 댐 건설 계획(주민들은 피아골댐이라고 부르고, 정부에서는 내서댐이라고 부르는)이 수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직후 지역 주민들 대다수가 댐 건설 계획을 단호하게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몇 년동안 거론되지 않아 주민들은 사업 자체가 백지화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38일 이낙연 전남도지사이정현 국회의원한국수자원공사 댐 관계자 등이

피아골을 찾아와 주민들에게 폐기된 줄로만 알고 있던 피아골댐에 대해 설명하고 돌아가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내가 가 본 피아골은 너무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 자리를 뜨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었다.





4대강 사업의 처참한 결과를 보면서도, 

영주댐 건설 계획의 허구성을 알면서도,

언제까지 삽만 뜨면 끝이라는 자신감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대형 토건 사업을 강행하는 걸 지켜만 봐야할까.


딱 한 번이라도, 아무리 매몰비용이 커도 안될 일은 안된다는 전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런 악순환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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