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혹은 아웃라이어

Posted 2011. 5. 3. 03:49
중학교때인가 자기 소개하는 시간에 앞에 나가서 '저는 그냥 평범한 아이에요.'라고 소개를 했다가
나를 잘 아는 친구들에게 비웃음을 샀던 일이 있다.
아마 그 때 애들과 얘기하면서 내가 여러모로 평균에서 벗어나 있다는 걸 처음 자각한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어떻게 저런 생각과 발언을 했나 싶을 정도로
'남들과 달라서' 받는 설움을 아주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다. 
(아마 내가 그만큼 둔했던가 아니면 남들과 다른점이 다들 하나씩은 있고,
나도 그런것뿐이야라고 생각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사람을 나 말고 딱 두 명 봤다.
처음은 국민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남자아이였는데,
실은 그 친구는 졸업때까지 6년 내내 바보로 유명했던 친구였다.
반에서 나와 그 녀석만 글씨를 왼손으로 써서 선생한테 혼나고, 심지어 맞았던 기억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녀석이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혼나서 억지로 고친 경우였고, 요즘에야 그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들 생각하지만,
그 때 우리의 담임 선생은 나와 그 아이를 앞으로 불러 세워놓고
고집스레 고치지 않는(달리 말하면 자신의 말을 들어 * 먹지 않는) 나와 그 아이를 비교하며
반 애들로 하여금 그 아이를 향해 박수를 치도록 했다.
1학년때의 기억이 대부분 지워졌음에도 이 기억만은 이렇게 선명한 걸 보면,
내가 충격을 받긴 받았었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않은 나도 참 대단-_-하다 싶기도 하고.ㅋ

그러다가
대학원에 왔더니 왼손잡이용 책상이 있었다! (트랙백 참조)
수업을 들을때면 앞쪽으로 책상을 매번 옮겨와도
다음 시간에는 어김없이 제일 뒤 구석에 밀려나 있던 그 책상에서 논문자격시험을 봤는데,
몇년이 지난 후에 다시 그 책상에 앉았어도 여전히 내 논자시 이름표가 붙어있는 걸 보기도 했었다. 
그 책상이 거기 있게 된 계기가 된 대학원 선배를 한참 후에 우연히 만났는데,
그 선배가 근 20년만에 처음 본 "글씨를 왼손으로 쓰는" 왼손잡이였다. 

왼손잡이라는 사실 말고도
여자 평균키가 아니라 남자 평균키를 가졌다던가,
뭐 몸무게 역시 남자 못지 않고 발사이즈도 여자 사이즈가 아니라던가,
이런 눈에 보이는 외모에서부터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까지 그다지 평균과 가깝지는 않은듯한데,
그래서인지 남들이 보기엔 주류의 길을 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늘 감정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스스로를 마이너라고 느끼고
실은 그 위치가 편하기까지하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삐딱해진 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나와 전혀 다른 입장일지라도 '마이너'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덕분에 편협함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