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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21 자전거 도로 단상 -개량적인 방안은 아군인가, 적인가?

개량적인 방안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준비단계인가, 

아니면 논점을 흐리고 면죄부가 되어 문제해결을 영원히 요원하게 하는 방해요소인가는 늘 고민이 되는 문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때문에 급진주의자와 개량주의자가 나눠지는 것이겠지만.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다 자전거 도로와 관련해서 비슷한 고민을 했더랬다.


[마포대교 위에서 경찰차가 가로막다]

발바리 코스의 마지막에는 마포대교를 건너게 된다.

오늘은 무엇인가 사야하는 임무를 띄고 김*중 님과 함께 둘이 따로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갑자기 옆 차선에서 경찰차가 방송으로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를 타야한다고 떠들더니

비상등을 켜고 앞을 가로 막았다. 무시하고 오른쪽으로 사뿐히 빠져나와 다들 모여있는 장소로 갔지만...


자전거는 법적으로 도로를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가 옆에 있는 경우는 자전거 도로를 타야 한다고 되어있다.

(도로교통법 제132조의2항 참조)


자전거 도로가 자전거의 안전한 통행을 돕자는 취지이지

제한하자는 취지는 아닐텐데,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말도 안되게 툭툭 끊기고, 차량이 막 주차되어있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고

거기로만 다니라고 강요하다니!


[도림천 자전거도로보다 위의 차도가 더 좋다]

보통 당곡사거리 인근부터  도림천을 타고 오는데,

오늘은 건널목 중간에 생긴 이상한 자전거/보행 겸용 도로를 타고 가다 도림천이 아닌 옆 도로를 따라 집에 왔다.

오다보니 작년 선거의 추억(?)이 깃든 신원시장 옆 길 등등을 지났다.


작은 규모의 하천변 자전거 도로에 대해서는 환경적인 이유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안양천 하류나, 한강 같은 규모의 고수부지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도림천 상류(관악구 해당)와 같은 곳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전부터 했다.

양안 중 좌안의 경우 자전거 도로 겸 산책로로, 우안은 산책로로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 새들이나 작은 동물들은 쉴 곳이 없다. 

오히려 음습한 반복개 구간으로 올라 가 쉬다가 먹이를 먹으러 내려오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래서 학의천처럼 한쪽은 포장이 아닌 흙길과 자연스런 식생을 놔두고

사람의 통행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순수하게 '자전거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도림천변의 자전거 도로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림역 즈음에서부터 자전거 도로의 끝인 동방1교까지의 거리가 자전거 도로를 따라 가는 것 보다, 

도로를 타고 가는 경우가 훨씬 짧고 가깝게 느껴졌다.

도시 하천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문제는 개수사업을 하면서 좁고 깊게 물길을 파 놓아서

주변지역과의 깊이 차이가 기본적으로 3미터가 넘는다.

큰 하천의 경우는 상관이 없지만, 작은 하천의 경우 자전거를 타면서

하천의 조경을 아무리 잘 해놨다고 해도 답답한 느낌이 크다. 


또한 앞에서 얘기했던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곳에서는 거기로'만' 다녀야 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하천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를 하나의 레져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자전거'도' 하나의 유용한 교통수단으로서 일상 생활에서 이용되려면

하천변 자전거 도로는 전체 네트워크의 일부로 보는 것이 맞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설계나 도시화의 문제점이 있음에도

그러한 부작용을 잘 활용하는 사례(이를테면 물과 관련해서 터널, 지하철의 용출수 재활용,하수처리장 방류수 재활용 등)를

너무 포장하다가 보면, 근본적인 문제점을 뛰어넘어 그 자체가 아주 친환경적인 일인것 처럼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하철 용출수의 재활용은 지하의 난개발로 인해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닐 뿐 아니라 면죄부가 되기 일쑤다.


나는 기본적으로는 점진적인 변화나 개량적인 방안도 잘 활용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내가 삐뚤어져서인지

적어도 지금 방식의 자전거도로와 관련된 제도와 법 체계는 

오히려 발전적인 방안을 막고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발바리의 '차선 하나를 잔차에게'나 '잠수교를 잔차교로'라는 구호가

15년이 지나 자전거 인구와 도로가 엄청 늘어나고, 여건도 상당히 발전된 것 같은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