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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9 Hoarding 1

Hoarding

Posted 2011. 5. 19. 16:11


가끔은 기억력이 그닥 좋지 못하다는 게, 너무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은 정말 잊어버렸다기 보다는 마음 어느 한 부분에 살짝 덮어 둔 것 뿐이다.

그 시절에 자주 듣던 노래, 함께했던 장소, 닮은 (혹은 실제로는 전혀 닮지 않은) 얼굴,
심지어 그 때와 비슷한 온도와 습도의 바람까지.
아주 작은 단서들에의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기억들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추억으로 슬며시 미소지을 수 있는 일들 말고,
잘 못 한 일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하이킥할 것 같은 민망한 순간들,
너무 어렸기때문에, 혹은 너무 과하거나 미치지 못해 했던 크고 작은 실수들..
이런 건 좀 그만 잊어버려도 좋을텐데. 

하우스와 CSI 어느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물건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결국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hoarding"의 증상들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맘이 편치만은 못했던 건
그들과 비슷한 요소가 나에게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내 인생의 복잡도를 낮추는 일의 시작은
사람들에 대한 미련한 미련, 그들과의 관계들에 대한 미련,
좀 더 좋은 사람이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