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역 열차길 너머

Posted 2014. 3. 17. 17:33

지난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혼자 돌아오다 

전부터 찍고 싶었던 장소의 사진을 찍었다. 


대방역 역차길 방음벽 바로 너머에는

폭이 2미터도 채 되지 않을 골목이 있고

그 바로 앞에 낮고 작은 집들이 밀집해 있다.


이 골목을 알게 된 것 자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대방 지하차도로 내려가지 않고 

돌아가는 방법을 찾다가 발견했었으니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다 이 곳의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골목에 들어섰을 때,

잠시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열차의 속도와 굉음과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이 골목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또 막다른 길이라고 써있는 바닥의 문구와, 차길없음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어쩌면 되돌아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끌리듯 골목으로 계속 들어갔다. 

결국 막다른 길이란 의미는 '차'에게만 해당하는 일이었고

나는 무사히 자전거와 함께 열차길 너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좁은 골목에 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심지어 배달 오토바이까지 다니고 있었고,

보행자들에게는 자전거도 큰 위협이 될 수도 있기에

왠만해서는 인도에서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지키려고

자전거를 끌고 이 골목을 지났다.


토요일에는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주머니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사진 찍어서 어디 낼꺼유?"

"이런 골목길 여기밖에 없지?" 


골목 어귀에 모여있는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엿들으니

이 곳에도 역시나 재개발 계획이 있고

이를 반대하기 위한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는 듯 했다. 


대화를 나누게 된 한 아주머니는

시끄럽고 살기 힘들 동네이지만

그래도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며

그들은  당연히 재개발을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재개발은 어렵지 않겠냐는 낙관적인 얘기를 하셨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서울 어디든 재개발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러한 상황들이 몇몇 정책 결정자들과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 뒤바뀔 수 있으며,

그분들의 삶은 그에따라 이리저리 휩쓸려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의 내 공부는 도시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한 그 안의 물길과 도로, 

도시 확장과 밀집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이를 더 깊이 파고드려면 

도시 자체에 대한 공부가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