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우리가 물값을 받기로 되어 있소.”

웬 물값을 내라는 거요?”

남의 물을 길어가면 돈을 내야지 몰라서 묻는 거요?”

한양 상인의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물장수도 목에 핏줄을 세우고 말했지요.

남의 물이라니?”

허어, 이 바보야! 대동강 물의 주인이 바뀌었단 말이야!”

이 대동강 물에 주인이 어디 있어? 바보는 너희들이야.”

이놈아, 이걸 봐! 우리가 이 대동강을 5천냥에 샀단 말야. 이게 매매 계약서다. 눈이 있으면 가까이 와서 똑똑히 읽어봐!”

한양상인이 매매 계약서를 펼쳐 보이자, 물장수는 껄껄 웃었어요.

살다가 별꼴 다 보겠네!”

뭐라고?”

이제 양쪽에 시비가 붙었어요.

이 자식들, 어디서 굴러들어왔어? 대동강은 나라 것인데 누구 맘대로 사고 파는 거야? 강물에 임자가 어디 있어?”

이 때, 또다른 물장수가 나타났어요.

왜 그래?”

어디서 굴러들어 온 녀석들이 대동강 물을 샀다고 돈을 내라지 않겠어?”

, 이놈들이 평양 박치기 맛을 못봐서 환장했구나?”

두 물장수들은 지게를 벗어 놓고 한양 상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어요.

우리 말을 먼저 들어 보시오. 어제 우리가…….”

한양 상인들은 대동강을 사게 된 이야기를 자세하게 늘어 놓았어요. 두 물장수는 배를 잡고 웃었지요.

아니 그럼, 이 대동강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나라 것이란 말이오?”

그걸 말이라고 하오?”

크으!”

한양 상인들은 그제야 봉이 김선달에게 속은 것을 깨달았으나 때는 이미 늦어 어찌 할 도리가 없었어요. 그들은 얼른 차일을 거두었어요. 더 이상 거기에 있다가는 물장수들에게 놀림감만 되기 때문이었지요.

봉이 김선달이 약아빠진 한양 상인들에게 대동강을 팔았대!”

하아, 그거 잘 되었군!”

평양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김선달 이야기를 하며 웃었답니다.


출처: 한국고전 봉이 김선달 상권 대동강물을 팔아먹다, 해성E&P


물이 왜이래 강좌를 준비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