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6회를 보다가

Posted 2015. 11. 9. 13:58

...생각 난 예전 일...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본인이 돈을 굴려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었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어느즈음부터 마트에서 일을 하셨다. 

처음에는 동네 마트에서 일을 하셨고, 정*원, 풀*원 등 상품의 판매 업무를 하셨다.

남은 묵을 매일 먹는 게 지겹기도 했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일을 계속 하신 건 아니었고, 중간에 쉬기도 하셨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을 다닐 때 동네에 *마트가 생겼고 거기가 본점이 되었다.

엄마는 거기서 수족관 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해서,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까지도 일을 하셨다.

어느날 대학 선배 결혼식에 갔다가 여러 다른 선배들을 만나 근황을 전하다

선배 한 명이 바로 그 마트 관리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아무 생각이 없던 나는, 어 우리 엄마도 거기서 일하시는데...라고 얘길 했다.

그리고 어느날 집에 갔다가-그 때 자취를 하고 있었으니까-

엄마에게도 학교 선배가 거기 있다는 얘길 했던 것 같다.


그러다 그 마트에 가서 그 선배를 우연히 만났는데,

선배가 우리 엄마같은(절대 비유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쁜이들"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게 되었다. 

순간 멍해졌다. 


검사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영감님 호칭을 받고 나이 많은 피고인, 참고인들에게 반말로 얘기하는 게 

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극소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곳에서 각자의 직업에 따라, 

혹은 같은 직장 안에서도 관리직/판매직, 정규직/비정규직이 그냥 좀 다른 차이가 아니라 

차별도 넘어서 인간적으로도 다른 계급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한참 후에야 생각했던 것 같다. 


구고신 소장이 교육을 하다가...  "애들에게 일하는 모습 보여줄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하는데,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들'에게 '사람'이 아니라 '숫자'라고. 


그렇지, 누군가에게 다른 누군가는 절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생각이 당연할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