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일

Posted 2019. 3. 17. 20:04

어렸을 때 부터 늘 여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빠만 둘 있는 나는 사촌 언니들과 만나면 꼭 붙어서 떨어지길 싫어했고, 집에서는 (언니는 이미 글렀으니) 여동생이 있으면 내가 잘 챙겨줄텐데 늘 아쉬워했다.

2006년 11월 16일. 우냥이를 처음 만나고, 충동적으로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내가 감히 엄마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고 언니해줄게, 그랬었다.

그 이후로 함께 한 시간이 정확히 4500일이더라.

우냥이 널 만난 후로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려서, 네가 없는 집이란 곳은 어떤 곳이었는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매일매일 언니가 미안해, 언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하던 얘기도 이젠 더이상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끝까지 너무 착하기만 했던 내 동생 우냥아

만일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그 땐 꼭 언니 딸로 태어나 주지 않을래? 
그래서 싫은 건 싫다고 화도 내고, 말썽도 부리고, 갸르릉 소리 대신 깔깔 웃어도 주고... 그렇게 다시 만나주면 좋겠다.


우냥 2006. 8. ? - 2019.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