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을 보러 점봉산에 간 건 아니었다.

다만 가을 보름 밤을 점봉산에서 보내고 싶었을 뿐이고,
윤달이 있는 해의 이른 추석 덕에 
10월의 보름밤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일행 이외엔 아무도 없는 곰배령에서 본 개기월식의 붉은 달.
게다가 항상 폭풍의 언덕같던 곰배령은 
내가 가본 중 가장 바람이 잦아들어 있었다.

꿈만같은 그 가을 밤이 더 좋았던 것은
그 곳에서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