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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4 목욕탕 2

목욕탕

Posted 2011. 8. 4. 01:42
밤 열시 반.
여러모로 쉽지 않은 하루를 마치고 흠씬 땀에 젖어 집에 돌아왔지만,
월요일부터 열흘간 뜨신 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다가,
바로 어제 밤에 찬물로 샤워하고 잤더니 몸살 기운이 계속 남아있던터라
근처 사우나를 찾아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근처의 24시간 열린 사우나를 찾아갔는데,
아,
이런 분위기가 도대체 얼마만인지.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나를 목욕탕에 데려가는 대신 빨간 다라이에 물을 받아 씻기곤 하셨다.
두 아들에 막내 딸까지 씻기느라 맘이 급했던 엄마의 손은 내겐 너무 거칠었고,
그래서 씻김을 당하며 칭얼거리다 울다하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을 넘어 대중 목욕탕에 처음 가 본 기억은 같은 반에 집이 목욕탕을 하는 친구가 생겼을 때였다.

커서도 목욕탕에는 잘 가지 않았다.
대신 운동 시설의 샤워실은 자주 이용했지만, 그런 곳들과 목욕탕은 완전히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
왜냐면 그런 샤워 시설에는 때밀이 아줌마도, 온갖 것들을 파는 매점도, 바나나 우유도 없잖아.

따뜻한 물로 씻고 나와 선풍기로 머리를 말리면서,
속옷만 입은 때밀이 아줌마와 매점 아줌마들의 수다를 귓등으로 넘기고있자니,
매점에서 파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원피스들과 속옷들이 보였다.
과연 여기 와서 저런걸 사는 사람이 있을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한 20년 전 쯤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그래, 목욕탕에서는 역시 바나나 우유를 먹어야지 생각하며 냉장고를 살폈다.
그렇지만 이미 다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았기에, 대신 삼각포리에 든 커피 우유를 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