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홍대, 새벽

Posted 2005. 7. 1. 03:20

비가 무지막지하게 내리던 일요일 홍대의 밤.
그녀들은 정전된 홍대 거리를 거닐며
사춘기보다 더한 20대 후반을 얘기했다.

27, 28, 29.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달려본 적도 있으며,
그렇게 달렸기에 느끼는 실망감, 허탈함,
이후에 찾아오는 무기력함도 느껴보았으며,

그/럼/에/도/불/구/하/고
아직 완전히 체념하거나 삶에 관대하지 못하고,
자신을 채찍질하고 끊임없이 꿈꾸는 그녀들은..

그렇게 잠시 미쳐도
삶은 계속 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질풍노도의 시기 20대 후반.

삶에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일에대해서도, 가족에 대해서도,
열정, 성, 술, 담배, 학문 그 어느것에 대해서도,
아니 심지어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도 여전히 물음이 진행중인
'그녀'들중 하나인 나는

아직도 꿈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한편에서 달콤하게 유혹하는 안락과 안정의 길에대한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무엇이 두려운가,
무엇이 이리도 불안한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미치게 만들고,
잠못들게 하고,

불만족스럽게 만드는가.


 

어쩌면 가장 위험한 것은 미치는 것이 아니라

덜 미치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