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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20 스쿼시에서 배우는 게임의 법칙

스쿼시에서 배우는 게임의 법칙

Posted 2015. 5. 20. 01:03

스쿼시를 흔히 테니스와 비슷한 스포츠로 생각하거나, 

벽에다가 혼자 공치는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두 번째 선입견은 드라마같은데서 실장님 캐릭터 등이 

분노의 벽치기를 해 대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알고보면 스쿼시는 둘이 즐길 수 있는 가장 격렬한 공놀이기도 하며

테니스와도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스쿼시가 테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T-zone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마치 농구의 스크린 아웃처럼.

테니스의 경우 코트가 나눠 져 있어서

상대편 코트로 공을 잘 보내고, 

내 쪽 코트로 오는 공을 잘 받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의 법칙이라면,

스쿼시의 경우 서브를 넣을때만 영역이 구분되어 있지,

서브 이후는 코트 전체를 커버해야 한다.

그러므로, T-zone이라 불리는, 

코트를 구분하는 라인의 가운데 영역을 

점유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숙련된 플레이어는 T-zone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채,

공을 받아 앞 벽의 가장자리-옆 벽면에 거의 붙어 뒤로 나가는 공으로 공격을 해,

상대방을 코트의 사방으로 뛰어다니게 만듦으로서 체력적으로도 우위를 점한다.


대학원생활 7년동안 체육관 근처에도 못가는 삶을 살다가

졸업을 하고 1년 가까이 지났을 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체육관에 갔다.

그로부터 4년 반.

반년이상 쉰 적도 있고, 끊어놓고 반 이상 못 나간 달도 많지만,

그래도 완전히 그만두지 않고 다니다보니

내가 살아오면서 거의 유일하게 수년동안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되었다.


대학에선 조상님 소리를 듣는 나이지만,

다행히 꾸준히 다니는 수강생중에는 나와 같은 나이의 남자분이 두 분있다.

두 사람은 구력이 10년을 가뿐히 넘는 사람들이라 

나에겐 제2, 제3의 스승같은 사람들이기도 하고,

몇 달 쉬다가 와도 그 멤버들과 강사들을 보면

고향에 돌아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사실, 작년말올해초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때,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을거다.

나는 아마도 게임 후의 미친듯이 심장이 뛰는 느낌 뿐 아니라, 

그 장소와 사람들에게도 중독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게임 플레이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조금씩 느는 것을 보면서 함께 즐거워해주기도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다 얼마전에, 제3의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왜 공을 상대방이 받기 쉬운 위치로 보내냐."고.


사실 나는 게임을 이기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열심히 뛰고 있고, 상대방의 공을 받고, 

그렇게 랠리를 이어가는 게 즐겁다고 생각한다.

점수를 잃는 것은 내가 공을 못 받아서 잃는 것이 당연한데,

점수를 따는 것은 내가 공격을 잘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의도치 않은 공에서 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습관적으로 내가 받은 공을 상대방의 방향으로 보내고 있었다.

경기 전 연습으로 주고받기 하는 것 처럼.


나는 내가 늘 치열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쩌면 반대로 나는 늘 너무나 낭만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침, 이기려는 스쿼시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게 정체되어 있던 나의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길 바라며.

방향을 잃어가는 내 삶에서도 T-zone을 찾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