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시. Main view.

내 주시는 왼쪽 눈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것처럼 주시인 쪽의 손을 사용하는, 

왼손잡이이다.




2.

내가 오른쪽 눈에 사시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내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던 불과 몇년 전이다.

이 얘길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하면 다들 무슨 소리냐며 놀란다.

하긴 나도 몰랐으니까.

다만 가끔 눈에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거나, 

밤샘 작업을 하거나 피곤할때면 나도 모르게 오른쪽 눈을 감고 한쪽 눈으로 작업을 하곤했었다.

그러다 눈에 염증이 생겨서 안과를 찾았고, 

진료가 끝날즈음 의사 선생님께 "그런데요.."라고 사족처럼 물어 본 질문에

돌아 온 답이 간헐성외사시라는 진단이었다.


3.

내가 사시라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긴했지만,

사실 그보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 내 삶을 상당부분 지배하고 있었다는 게 훨씬 놀라운 사실이었다.

카메라를 잡고 뷰파인더를 보면 왜 불편했는지,

(보통은 왼 눈으로 밖을 보고 오른눈으로 뷰파인더를 보는데, 나는 카메라가 내 얼굴 전체를 가린다.)

아니 어쩌면 내가 왼손잡이가 된 것 부터, 

지금까지 내 삶 곳곳의 작은 에피소드들의 의문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어렸을 때 왜 나는 매직아이를 보지 못했는지, 그 이유까지도.


4.

불편함에 이미 익숙해져서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고,

그래서 그 사실을 알고도 자료를 좀 찾아보다가 말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었다.

그러다 며칠 전, 컴퓨터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찾아놓은 안과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문득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를 받고 고민을 조금 하다가 의외로 쉽게 수술 결정을 내렸다. 

이틀 후,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물론 여러가지로 두렵기도 하다. 

수술후의 변화들이 나에게 새로운 새상을 열어주길 바라지만,

한 편으로는 그동안 내가 갖고있는 어떤 장점들을 잃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기도.


그러다 문득 내가 얼마나 시각 의존적인 인간인지, 

또한 나의 시선, 시력, 눈 자체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그래도 더 나아지길 바라니까, go fo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