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일

Posted 2019. 3. 17. 20:04

어렸을 때 부터 늘 여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빠만 둘 있는 나는 사촌 언니들과 만나면 꼭 붙어서 떨어지길 싫어했고, 집에서는 (언니는 이미 글렀으니) 여동생이 있으면 내가 잘 챙겨줄텐데 늘 아쉬워했다.

2006년 11월 16일. 우냥이를 처음 만나고, 충동적으로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내가 감히 엄마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고 언니해줄게, 그랬었다.

그 이후로 함께 한 시간이 정확히 4500일이더라.

우냥이 널 만난 후로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려서, 네가 없는 집이란 곳은 어떤 곳이었는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매일매일 언니가 미안해, 언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하던 얘기도 이젠 더이상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끝까지 너무 착하기만 했던 내 동생 우냥아

만일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그 땐 꼭 언니 딸로 태어나 주지 않을래? 
그래서 싫은 건 싫다고 화도 내고, 말썽도 부리고, 갸르릉 소리 대신 깔깔 웃어도 주고... 그렇게 다시 만나주면 좋겠다.


우냥 2006. 8. ? - 2019. 3. 13

2018년 7월 23일

Posted 2018. 7. 23. 11:17

페북에는 쓸 수 없어 여기에 쓴다.


상무위 불참은 그저 다른 이유인 줄로만 알았다.

아침부터 찌는 더위에 당사에 오자마자 컵을 씻고 탕비실에 갔다.

중앙당 당사 냉장고의 얼음을 얼음통에 옮기고 물을 채웠다.

내가 먹는 얼음 이상은 얼려놓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머그잔에 큰 얼음을 다섯 개 담고, 물을 채워 탕비실을 나서며,

상엽씨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켜진 TV 화면이 보였다.


노회찬 의원 자택서 투신

금전 받았으나 청탁과 무관


눈물이 나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어서인가... 

코바늘은 영어로 뭘까... 봤더니

Posted 2017. 11. 29. 17:58


crochet hook


focus distance

Posted 2017. 11. 19. 00:24

바닷가에 누워 구름한 점 없는 하늘을 보는데 이상한 기분이 든다.
반셔터를 눌러 오토 포커싱을 하려고 아무리 초점 거리를 움직여 봐도
어느 거리에 초점을 맞출 지 기준점을 찾지 못하는 카메라가 된 것 같다.

내 앞엔 지구의 대기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

2017.7.29. 고창 동호


Holon, 그리고 나쁜 공산주의자

Posted 2017. 10. 18. 18:26
Holon 개념을 좇아 아서 쾨슬러의 [The Ghost in the Machine]의 흔적을 찾다보니, 한 방향에서는 귄터 가우스-한나 아렌트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보이고,다른 한 편에서는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로 이어진 길이 보인다. 쾨슬러는 데카르트의 육체와 정신이라는 이원론을 부정하고, 인간의 정신은 두뇌의 물리적 조건에서 기원한다고 봤다고 한다.

그는 반공저서로 알려린 [한낮의 어둠]의 작가이기도 하다. 귄터 가우스와의 대담에서 "나는 나쁜 공산주의자였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누군가의 리뷰에 따르면 [한낮의 어둠]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 한다.

“당은 결코 잘못이 있을 수 없네. 자네나 나나 실수를 할 수 있지. 그러나 당은 아니야. 당은 역사 속에 깃든 혁명이념의 구현이지. 변함 없이, 착오 없이 역사는 자기의 목적지를 향해 흘러가지. 역사는 자기 길을 훤히 알고 있어. 역사는 실수하지 않아.”

리뷰어의 결론이 인상적이다.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이 책은 역사가 지나는 경로의 모든 굴곡에 그것이 실어 나르는 진흙과 익사자의 시체를 남기고, 그래서 독자인 너희들은 시체가 된 익사자이거나 잘해봐야 진흙에 불과함을, 잔인하지만 친절하게 알려 줌으로써 독자를 무력하게 만든다. 추악한 진실 앞에 속수무책인 무기력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러하기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역설 때문이다(http://news.seoul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259)."

구글의 세계에 허우적 거리다보니, 어느 덧 이 시간...
일은 언제하나.......................


(이 외에 둘러본 링크들...
https://m.blog.naver.com/saranmul/221001706965
http://whyyougo.tistory.com/31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5797
https://en.wikipedia.org/wiki/The_Ghost_in_the_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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