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이와 충무로를 걷던 중 펫샾의 윈도우에서 마치 살려주세요오하고 우는 듯한 병약한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 귀 속은 진드기가 가득하고 탁한 눈꼽이 가득 낀, '절대 입양해선 안될 냥이'의 모든 조건을 갖고 있는 초라한 터키쉬 앙고라.


책임지지 못 할 바에야 고양이를 다시 기르지 않겠다고 맹세한 바 있어 오랫동안 냥이에 대한 관심을 자제 하였으나, 갑자기 뜨거운게 속에서 밀려오며 분노게이지가 급상승, 뛰어들어가 돈을 지불하곤 곧장 동물병원으로 영숙과 날아가듯 달음질쳤다. (펫샵에 불을 질러버리고 싶었지만 냥이의 치료가 먼저라..)

사진은 병원에서 긴급치료를 받고 내 목도리에 파묻혀 우리집에 처음 온 돌비.

고양이는 사람보다 장소에 집착한다고 한다. (사실은 구라 같다 우리 애들을 보면)
고양이를 가진다는 것은, 고양이의 친구가 된는 것은 정착을 의미한다. 내게 있어서 영숙과의 정착을 상징하는 것이 이 병약한 새끼 고양이 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귀의 내부와 눈꼽의 처절한 상태가 티가 나고 있다. 
워낙 진드기가 귀 안에 많은 데다 애기가 어려서 한번에 다 치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비는 '영숙과 나' 에게 구출된 셈이다. 그리고 첫날 첫 순간부터 우리집을 맘에 들어해서, 흔히 고양이들이 입양 된 집에 도착해서 벌이는 해프닝(장농 밑에 숨는다든가)은 일절 없었고, 마치 '구해줘서 고마워' 라고 하듯이 찰싹 안겨있었다.
잠은 몸집이 조금 커지면서는 나나 영숙이 겨드랑이 사이에 안겨 잤고(팔베게 하시고), 당연히 대소변은 첫날부터 가렸으며, 불린 사료는 손으로 먹여주는 걸 좋아했다.

내가 책을 볼때면 놀자고 보채지않고 그냥 철푸덕 안기던 돌비.

일반적으로 새끼 냥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입양 될 수 있는 나이인 3개월이 안된 모습이 티가 난다.


고양이는 펫샵에서 판매되어서는 안되는 동물이다.

 첫 목욕 후의 초췌한 모습. ㅋ ㅋ 영숙의 반바지랑 노는 돌비. 
그 걸 맘에들어 해서 상당기간 돌비의 담요로 사용됨.


영숙은 강아지는 길러보았어도 고양이는 좀 어색하게 생각했는데, 돌비가 세상의 고양이에 대한 루머는 믿을게 못된다는 걸 하루만에 증명했다.

고양이는 영리하고 상냥하며 애교덩어리 에다가 인간의 감정을 텔레파시로 알아채는 동물이다.

아빠의 발냄새를 좋아하는 돌비. 슬리퍼안에 아빠가 들어있는지 확인 중.

영숙에게 안겨 잠든 애기 돌비. 

치료가 끝나서 깨끗해진 귀와 윤기를 어느정도 회복한 털이 보인다. 

체중도 금새 조금 늘었다. 갓 입양 했을 때랑 너무 다르쥐????


보통 고양이는 침대에서 사람과 몸을 맞대고 자더라도 잠깐일 뿐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더 편한 고양이스런 자리로 가거나, 일어나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데 돌비는 예외.

이 녀석은 자기가 잠에서 먼저 깨더라도 결코 우리 부부 곁을 먼저 떠나지 않았다. 잠자다 눈을 떠보면 그윽한 눈으로 지 엄마(영숙)를 보고 있는다거나 내 머리칼을 정리하고 있거나 하는 것이어서 하는 짓이 귀여울 수 밖에 없는데다가, 설마 설마하다가 결국 우리 부부가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이 녀석이 우리 부부가 자는 동안엔 결코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우리를 깨울 우려가 있는 어떠한 장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녀석의 믿겨지지 않는 비 고양이스러운 충성심의 비밀은??? 조만간 알게된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짠~~~
어른 돌비의 장난 아닌 후까시...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가오는 지 애비의 영향이 아닐까.


심지어 더 심하게 가오가 무너질 때도 있다는...(쿨럭)


돌비 재우기....고양이 기르기의 베테랑이 된 영숙..


영숙과 나는 몇년의 연애기간 동안 단 한번도 말다툼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의견이 어긋나거나 한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하면 다른 연인이나 부부들 처럼 싸움이란 걸 좀 해 볼 수 있을까 하며 낄낄대던 자신감은 결혼을 하자마자 바로 깨진다. 그만큼 사랑하는 것과 결혼하는 것, 같이 산다는 것은 모두 다른 문제이다.(아는 놈만 아는 얘기지)

연애기간 중 허용되는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우리 였지만, 결혼을 하자 오히려 함께하는 시간이 감소했고 그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최초의 언쟁이 발생했고(첫 만남 후 3년만에)나는 언성을 높이고 집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영숙이 나보다 더한 냥이 매니아가 되는 결정적 사건이 벌어지는데...

내 서재에서 졸고있는 돌비. 자 이제 그만 자자 할때 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눈물을 흘린다는 이미지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영숙이 눈물을 흘렸다니 어지간히 속이 상했던 모양인데, 내가 집 밖으로 나가 버리고 혼자 거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영숙에게 돌비가 살금살금 다가오더니, 보드라운 앞 발바닥으로 눈물을 살살 닦아주고 혀로 핥아 주더란다. 감동스럽기도하고 놀라기도 하여 벙쪄있는데, 매우 걱정스런 눈빛으로 (영숙의 주장) 영숙의 팔을 탁탁 잡아당기더니, 포옹하듯 끌어안고 가만히 곁에 머물더란 것이다!! 둘이는 그렇게 무려 몇시간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고, 그날 이후 영숙은 진정한 고양이 매니아로 거듭나게 되었다.

남동생 레오를 재우다가 같이 잠든 돌비.


레오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본격적으로 하겠지만, 그 포악한 꼬마놈을 돌비는 참으로 능숙하게 다루었다. 화장실을 따라가서 곁에서 모래덮는 시늉을 하며 가르치고, 레오가 그냥 나오면 자신이 들어가 덮어준다. 밤시간엔 절대 우리 부부 곁을 떠나지 않는 돌비지만, 레오의 울음 소리가 들리면 총알 같이 달려간다. 레오가 이빨과 손톱을 잘 조절 못해서 상처를 입혀도 참을성있게 상대해 주고, 밥이든 물이든 레오를 먼저 먹게 한다. (자기는 그동안 기다리거나 털을 손질 해 준다)

" 레오야, 응가 한 후엔 모래 덮고 나오랬지!"
"누나한테 혼 좀 나볼래??""

고양이가 개처럼 현관에 마중 나오기를 기대한다면 나 바보요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가끔 그런 고양이가 없는 것은 아닌데, 바로 돌비가 그랬다.

심지어 영숙이 여행중에는 하루 대부분을 현관 앞에서 레오를 데리고 영숙을 기다리는데 소비했는데, 보다 못한 내가 영숙에게 전화를 걸어 여행 일정을 줄이도록 했다. 물론 영숙은 눈썹 휘날리며 집으로 돌아와 현관에서 '엄마찾아 삼만리' 영화를 촬영했다.

예에에에에엣날에 내가 유혹 중이었던 한 여인이 강아지 땜에 집에 들어간다고 얘기하자 난 나를 맘에 안들어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남자 따위 보단 강아지가 중요하다고 인정한다......

지금도 돌비의 교육 때문인지 레오는 자다가 깨서라도 현관에 마중을 나오고, 또 레오가 교육시킨 동생들도 레오를 따라한다.


사진) 응석쟁이가 되어버린 "흉폭한 꼬마놈" 레오를 자기 침대에 데리고 있는 돌비


시체놀이하는 돌비와 레오

글로 설명하긴 좀 힘들지만 지금도 가끔 영숙과 웃곤하는 돌비의 히트사건.

영숙과 외출을 했다가 돌아왔는데 돌비가 마중을 안나오는게 아닌가. 오잉 하면서 안방으로 가보니 돌비가, 정말 돌비가, 그 목소리 예쁜 돌비가, "@#$%^란 @!#$랬자나^&*!!!!"라고 하며 거의 맹수의 울부짖음으로 레오에게 소리를 박박 지르고 있는 거였다. 아마도 레오 녀석이 (냥이들이 다 어릴땐 개구장이라지만 레오는 정말이지.....) 바짝 약을 올린 모양인데, 얼마나 흥분했으면 우리가 방에 들어 갈 때까지도 기척을 못느꼈을까.

우리가 방에 들어서자 돌비년, 얼굴에 줄이 좍 가면서, 성난 표정----조땠다라는 표정 ---- 필사적으로 관리하는 표정 ----김희선의 여우 같은 상냥한 표정 으로 0.00001 초만에 변신하더니 우리가 익히 들어온 녹아 내릴듯한 목소리로,

"어머, 엄마아빠 오셨쪄요오???" (뒷발로 레오를 저쪽으로 밀어내며)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부러워한 돌비의 행동패턴은 개와 같은 충성심의 발로가 아니라 매우 강력한 모성애의 결과 엿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늘 자신이 동생들 뿐 아니라 우리 부부 마저도 돌본다라는 인상을 풍겻고, 실제로 내가 출근(?)을 할때에 던지는 인사는 '엄마를 부탁해' 였다.(보통은 '고양이를 부탁해'가 아닐까^^)

우리 부부가 신혼 초의 긴장과 트러블을 무난히 빠져나온 것은 물론 영숙의 인내 덕이지만 그 외에는 전적으로 돌비의 공이다. (미혼들의 환상처럼 신혼이란 마냥 핑크가 아니다. 상상외의 숫자가 좌초하는 결혼의 최대 위험지대 중 하나.)

돌비가 있으면서부터 아내를 집에 남기고도 편안히 일을 나서게 되었고, 내가 독자적인 가족을 구성하고 잇고 그 리더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엇다. (물론 얼마지 않아 그 것은 나의 착각이며 실제 대장은 영숙이라는 것도 알게 되엇다)

. . . . . . . .이 글에서부터 쌍시옷의 표기를 포기한다.


네가 행동이 느려지고 운동량이 줄어들 때 조금만 더 빨리 눈치를 챘더라면.

네가 경련을 일으켰을 때 네 몸의 오물을 닦아내지 않고 더 지체없이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너의 병명을 의사들이 하루라도 더 빨리 알아냇더라면.

그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원망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난 다른 병원을 더 알아봐야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니 거짓말이다. 난 지금도 그들을 원망한다. 증오한다. 그렇지않고는 견딜 방법이 없으니까. 
나에대한 혐오를 누군가에게 덜어내지 않고서는.

온몸에 튜브를 꽂은 너의 모습이 너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란걸 알았다면. 몇날이든 며칠이든 결코 우린 너를 떠나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네가 곁에 엄마아빠도 없이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잠결에 전화로 듣게되진 않았을 텐데.

아니 최소한 너를 살릴 수 없었다면 병원이 아니라, 우리집이며 너의 집, 우리의 침대이며 너의 침대에서 네곁을 지켰어야 하는 건데.

...아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어서 세상에 너의 아기라도 남길 수 잇었다면.

아니 네가 어릴 때 최악의 환경에 방치되어 있을 때 널 단 일주일 이라도, 아니 단 하루라도 빨리 발견하고 데려왔더라면
..How can I forge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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