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늘
Posted 2012. 6. 27. 14:33- Filed under : Life Goes on~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딨겠냐마는,
사람들 사이의 정치같은 거 신경쓰지 않고,
누구누구의 개떼근성에 휘둘리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좋겠다.
8일 남한강 조사
11일 저녁-12일 영산강 조사
13일 서울숲 회의
14일-16일 새벽 금강, 낙동강 조사
일주일 남짓한 동안 근 2000 km를 운전하는 강행군 뒤에
심각한 알러지로 앓아 누웠다.
앓아 눕기 직전, 일요일엔 도림천도 잠시 다녀오고.
이게 사는건가 ㅡㅅㅡ 싶은 생각이 들다가,
결국 이게 누가 시켜서, 강제로 하는 일이 아님을 자각하고
땅을 파고 있다.
결국 지팔자 지가 꼰다.는 말이 다시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다음 메인에 '사랑비'윤아가 점점 더 못나져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떠있길래 읽어봤다.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view?newsid=20120502103510453
저 드라마를 한 번도 보진 않았지만,
이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은
이 여기자가 사랑을 글로 배웠구나였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심지어 잘나가고, 당당하고,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여자들이,
사랑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심지어 삶 자체를 포기하기도 하는지
얼마나 찌질하고 못나질 수 있는지 모르는구나.
총체적인 삶의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
이사온 지 반년이 지나도록 이 집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남의 집에 얹혀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대충대충 되는데로 살고 있던 것 같기도 하다.
많이 바빴고,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텅 비어버린 시간이 생기자,
나만의 동굴이 없음에 당황스러웠다.
마루에 앉아서도 대충 구겨 넣어 놓았던 신발장에 눈이 가면
쳐다보고 싶지도, 결코 열어보고 싶지도 않았드랬다.
어제 드디어 그 신발장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의 짐을 하나 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겠지.
실은 책방을 먼저 정리하려고 했는데,
책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머리가 아파서 뒤로 미뤘다.
원래 집에 있던 책들과,
2년 전 대학원에서 지고 나온 책들과,
그 이후에 추가된 책&자료들과
작업실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
생각해보니 나는 책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모르는 게 아니라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하고 꾸려 나가야 할 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다,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던 우냥과 앵두 옆에 살포시 누웠다.
이 얼마만인가.
온기를 가지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생물과 같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어떤 종류의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도.
베란다엔 며칠만에 활짝 핀 수선화가
마루엔 초밥 쇼핑백 안에 들어간 앵두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모두의 존재에.
영상작업+발표준비를 하다보니...
그리고, 마음은 많이 아프다.
조금 자고 나가야 할텐데,
여러 의미로 오늘 하루를 잘 버티면 좋겠다.
넋 놓고 있으면 안 돼.